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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책리뷰

선의 말과 지브리, 지브리를 다시 보게 만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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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선의말과지브리 책리뷰

 

 

선의말과지브리 책리뷰

 

 

“어릴 때 그렇게 좋아했던 지브리 영화가, 어쩌면 그때부터 내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어릴 때는 그저 재미있어서 좋아했던 것인데,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 다시 만나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가슴을 설레게 했던 장면이 어느 순간에는 위로가 되고,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대사가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말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선의 말과 지브리》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익숙한 장면과 대사를 불교의 선어(禪語)와 연결해 삶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일본의 사찰을 이끄는 스님이지만, 알고 보면 어린 시절부터 지브리를 무척 좋아했던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출가를 하고 수행을 하는 사람이 되었어도 어린 시절 좋아했던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던 것이죠.

오히려 그 좋아했던 마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삶과 선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하나의 길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자연스럽게 만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인생은 혼자 완주하는 마라톤이 아니니까

가장 먼저 마음에 들어왔던 이야기는 《게드 전기》였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자꾸만 모든 것을 혼자 해내려고 합니다.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해야 하고,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안 될 것 같고, 결국 마지막까지 혼자 버텨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인생은 혼자 달리는 마라톤이 아니라 릴레이와 같다고 합니다.

내게 주어진 구간에서, 내가 받은 바통을 꼭 쥐고 최선을 다해 달리면 됩니다.

그리고 내 구간이 끝나면 다음 사람이 바통을 이어받습니다.

이 이야기가 참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습니다.

우리는 자꾸 인생 전체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늘 내 앞에 놓인 구간을 살아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로 지치면 잠시 속도를 늦춰도 되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됩니다.

그리고 내가 혼자 달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요즘처럼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 꼭 필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선의말과지브리 책서평

《바람이 분다》가 전하는 일기일회

《바람이 분다》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말은 일기일회(一期一會)였습니다.

'평생 단 한 번의 만남'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죠.

책에서는 지로와 나오코의 이야기를 통해 이 말을 풀어냅니다.

두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아갑니다.

 

왜 일을 계속하는지, 왜 환자 곁에서 담배를 피우는지 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나오코가 원했던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로가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곁에서 바라보고 싶어 했고, 짧은 순간이라도 그의 손을 잡고 있고 싶어 했던 것이죠.

생각해 보면 평범한 하루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 되어버린 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함께 있는 사람과 지금 주어진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토토로는 어쩌면 내 안에 있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이웃집 토토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토토로를 우리가 잃어버린 '진짜 마음'과 연결합니다.

 

작은 것 하나에도 마음이 움직이고, 별것 아닌 일에도 웃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사람을 대하는 법도 배우고, 상처받지 않는 법도 배우고, 실패하지 않기 위한 방법도 익힙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음에 갑옷을 입게 됩니다.

물론 세상을 살아가려면 나를 보호할 갑옷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갑옷이 너무 두꺼워지면 문제가 생깁니다.

나를 보호하는 동시에 내 진짜 마음까지 가려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책에서 바라보는 토토로가 좋았습니다.

토토로는 우리가 찾아가야만 만날 수 있는 먼 곳의 존재가 아니라, 어쩌면 이미 내 곁에 있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내가 너무 많은 것에 둘러싸여 있어서 알아보지 못하고 있을 뿐.

 


“온 건 어쩔 수 없어. 맞아야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유바바가 하는 이 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살다 보면 정말 원하지 않았던 일이 갑자기 찾아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업무가 생기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환경이 바뀌기도 합니다.

내가 원했던 일이 아닌데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습니다.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지?’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까?’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거지?’

 

책은 일단 받아들이고, 그다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미 찾아온 일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것.

 


감정에 끌려가지 않는다는 것

《가구야 공주 이야기》에서는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는 선어를 만납니다.

어떤 것에도 마음을 지나치게 붙잡아 두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마음이 흔들립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기분이 좋아졌다가 또 다른 말 한마디에 상처받습니다.

기대했던 일이 잘되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가도, 작은 실패 하나에 하루 종일 풀이 죽기도 합니다.

 

기쁘면 기쁜 대로 느끼고, 슬프면 슬픈 대로 느끼는 것.

다만 하나의 감정에 내 마음 전체를 빼앗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음이 흔들리는 것과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다르니까요.

이런 관점으로 《가구야 공주 이야기》를 바라보니 주인공의 감정이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냥 사는 것과 ‘살아내는 것’은 다르다

‘살아낸다’.

그냥 산다.

그리고 살아낸다.

두 단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저자의 할아버지는 101세까지 강의를 하고 원고를 쓰며 살아가셨다고 합니다.

말년에 중요하게 생각했던 표현이 바로 '살아낸다'였다고 하죠.

‘달리다’와 ‘달려내다’가 다르듯, ‘살다’와 ‘살아내다’에도 삶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가 담겨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특별한 일을 해야만 열심히 사는 것은 아닙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해야 할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쉬고,
잠을 자는 것.

평범해 보이는 일상 하나하나가 결국 우리의 삶입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특별한 하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하루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브리 영화 속에는 이미 삶의 질문이 있었다

《선의 말과 지브리》는 지브리의 여러 작품을 선의 언어와 연결합니다.

지브리 작품 책에서 바라보는 삶의 메시지
《모노노케 히메》 선입견을 내려놓고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
《마녀 배달부 키키》 방황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과정
《이웃집 토토로》 잊어버린 순수한 마음
《바람이 분다》 지금 이 순간과 소중한 인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낯선 환경에서도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는 태도
《게드 전기》 혼자가 아닌 함께 이어가는 삶

신기한 것은 책을 읽고 나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진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대사가 마음에 걸리고, 별생각 없이 보았던 장면에서 지금의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좋아했던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 더 깊어지기도 한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것들은 참 오래 남습니다.

그때는 왜 좋은지도 모르면서 좋아했던 것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다시 만나면 그때와는 다른 이유로 좋아하게 됩니다.

지브리도 그런 존재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어릴 때는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었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보면 그 안에서 관계와 성장, 상실과 사랑, 선택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보입니다.

《선의 말과 지브리》는 바로 그 지점을 건드립니다.

지브리의 이야기를 선의 언어로 번역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장면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입니다.

불교를 잘 몰라도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브리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익숙한 장면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지금 조금 지쳐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결국 ‘지금’이었습니다.

과거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다 보면 정작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를 놓치게 됩니다.

하지만 지브리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두려워하기도 하고, 실수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다시 움직입니다.

완벽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채로도 한 걸음 내딛는 것.

《선의 말과 지브리》는 잠시 멈춰서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합니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혼자 짊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지나간 일에 너무 오래 마음을 붙잡아 두고 있지는 않은지,

정작 소중한 오늘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힘든 날에는 잠시 쉬어가도 괜찮고, 혼자 달리고 있다고 느껴질 때는 주변을 돌아봐도 좋겠습니다.

내가 받은 바통을 꼭 쥐고, 오늘 내게 주어진 구간을 천천히 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하루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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